경계와 목적을 초월한 열린 공간 만들기

Eunyoung Kim Eun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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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언제부터 지어졌을까? 고증을 보면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를 거치면서 정착생활을 위한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자 흙집과 돌집을 거쳐 움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집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 이전 원시시대에는 모두 동굴 속에서 공동생활을 했다. 동굴에서 살던 시절이나 움집에서 살던 시절에는 집에 개인 공간의 개념은 없었을 것이다. 인간이 점점 농경 생활과 정착 생활에 뿌리를 내리면서 집의 크기가 커지고 공간이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대인에게 있어 집은 개인적·독립적 공간으로 인식되는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간이 세분화되어 개인이 자신만의 독립적 공간을 갖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자연히 소원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인간관계의 거리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키워 삭막한 세상을 만드는 주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비인간화되어가는 세상에 대한 반발심으로 예전의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세상, 모두가 함께하는 인간적인 세상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열린 공간 구조의 집이 주거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열린 구조 주택의 특징은 공간과 공간의 구분이 없으며 하나의 공간이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실내의 모든 공간이 특정 공간으로 구분되지 않고 하나의 공간처럼 활용되는 것뿐 아니라,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없이 벽과 경계를 없애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은 경계와 목적에 구애받지 않고 공간 사이를 넘나들고 동시에 다양한 기능을 하는 신(新) 주거 공간의 미학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 찾기

외부로 열린 공간은 자칫하면 사생활 노출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웃과 타인으로부터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을 만큼의 주변 공간 확보가 필수다. 정원이 있는 단독 주택은 이웃 사이의 거리가 멀기도 하고, 꽃과 나무로 가득한 정원이 시야를 가려줘 외부에 가족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될 위험이 없다. 사진처럼 자기 소유의 푸른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는 주택이라면,  집의 모든 공간을 외부와 연결하더라도 사생활이 노출될 위험이 없이 자연과 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멀티 쿠킹 스페이스 (Cooking Space)

예전 한국식 주택에서 주방은 음식을 만드는 곳이었고, 집에서 동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래서 주방은 당연히 음식을 하는 주부들만의 공간이었고, 가족이 함께 머무는 장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구식 오픈 키친은 음식을 조리하는 공간과 식사를 하는 공간을 합친 형태로, 이제는 요리도 주부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면서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소이면서 함께 식사하는 공간으로 변모되었다. 또한, 식사할 때뿐 아니라, 평상시 가볍게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는 카페 같은 공간으로도 변신하며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조리대와 식탁뿐 아니라 빌트인 컴퓨터까지 설치된, 브라질의 Valdete Duarte의 첨단 다목적 스마트 키친의 모습이다.

다양한 용도의 열린 식사 공간

주방이 조리 공간이라면, 식사 공간은 식탁이다. 한국식 식사 공간은 기타 주거 공간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예전에 우리는 방에서 잠을 자고 TV를 보며 밥상에서 함께 식사하며 살았다. 그 후에 서구식 주택 개념이 전파되며 식탁이 사용되었는데, 식탁은 엄밀히 말하면 주방과 거실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주방은 주부만의 공간이었고, 식사할 때만 가족이 함께 식탁에서 식사하였다. 그러나 아일랜드 테이블은 조리와 식사 공간을 합치고, 차 또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까지 활용될 수 있어, 진정한 다목적 공간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대화와 사교의 열린 공간

현대의 주택에서 거실은 대화와 사교의 장소로 인식되어, 손님을 맞을 때는 주로 거실에서 음식을 먹고 대화를 하며 친목을 도모한다. 이때 거실의 형태는 대개 부엌을 등지거나 옆에 두고 거실 벽 쪽으로 앉게 놓인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모습이다. 결국 주방의 식사 공간과 거실의 대화 공간은 서로 다른 공간으로 분리·인식되는 형태이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인 바(bar) 형태의 테이블이 주방과 거실의 경계에 놓인다면, 조리, 식사, 대화의 공간이 모두 하나로 합쳐지는 열린 공간이 된다.

정원으로 이어지는 열린 공간

전통 한옥에서는 모든 방이 정원으로 연결되는 공간이었다. 문만 열면 안방도, 사랑방도, 부엌도, 화장실도 모두 정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결국, 한 지붕 아래서는 어떤 공간이라도 다른 실내 공간뿐 아니라 외부 공간과도 바로 연결되는 열린 구조였던 셈이다. 그러나 현대의 아파트 식 주거형태에서 방과 방은 서로 분리가 되어 연결성이 없고, 외부로 통하는 문은 현관문을 제외하고 전무한 형태이다. 그러나 단독주택이라면 테라스를 통해 정원과 연결된 열린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아니면 벽 전체를 큰 창으로 만들어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없애고, 실내에서도 밖에 있는 것처럼 자연과 하나가 되는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로지아와 윈터 가든 등이 이런 경계가 없는 열린 공간의 대표적인 예이다.

하늘로 열린 멀티 스페이스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 주거지에서는 단독 주택이라 할지라도 정원이나 외부로 연결된 오픈 스페이스에서 사생활을 보장받기는 힘들다. 창과 창이 맞붙어 있거나, 주방 문을 열면 옆집의 거실이 훤히 마주 보게 되어있는 구조라면, 섣불리 문을 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 좌우가 아닌 위쪽 지붕을 열고 하늘로 열린 구조를 만들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열린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은 옥상 공간을 테라스로 활용한 모습으로, 편한 소파와 테이블을 갖다놓아서, 마치 정원처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뿐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서도 알맞은 다목적 공간으로 변모되었다.

앞서 살펴보았듯, 열린 공간은 사생활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따라서 진정으로 열린 공간을 실천하고 싶다면 문과 벽을 없애는 물리적인 노력뿐 아니라 가족 간, 이웃 간의 마음과 마음의 경계를 먼저 없애는 심리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계가 없는 공간 계획하기

경계가 없는 오픈 스페이스를 만들기 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먼저 세워보자. 집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없앨 때, 어느 곳을 오픈 할 것인지, 어떤 형태로 경계를 허물 것인지, 어떤 스타일로 열린 공간을 만들 것인지 등. 사진처럼 테라스형태의 공간을 만들어 테이블과 소파를 갖춰 놓으면 가족간의 식사와 친구들과 함께하는 가든파티에도 활용할 수 있고, 오후의 가벼운 티타임에도 좋은 공간이 된다. 주택가라 정원이 넓지는 않지만, 인공 연못을 만들고 관리가 쉬운 화분에 식물을 심어 제법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시 정원의 모습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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